릴레이 칼럼방:도란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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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10회] “우리가 노인을 사랑한다면...”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0-12-23     조회수 : 916

“우리가 노인을 사랑한다면...”




황순찬
(성공회대학교 외래교수)

   최근 필자는 노인들의 정서적 건강을 연구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도시지역과 농촌지역의 노인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그분들의 어려움을 있는 그대로 이해해보자는 취지였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노인들이 힘든 생활을 토로하였다.    우선 노인이 되면 근심걱정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주변사람의 안부에서부터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낼 것인지, 식사는 어떻게 할 것인지, 낡은 집은 여기저기 손볼 데가 많은 데 어떻게 해야 할지 등 일상적인 걱정이 많았다. 특히나 식사와 관련해서는 매 끼니를 해결하는 게 여간 고역스럽지 않다고 하였다. 그래서인지 집 주변에 반찬이나 음식을 가져다주는 가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분들이 많았다.    노화로 인한 기능상실, 건강에 대한 걱정도 많았는데 정신도 흐려지고 말도 빨리 안 나오고 자꾸 넘어지는 일이 다반사라고 하였다. 꽤 오랜 기간 혼자 생활해온 노인은 자신이 아프면 끝이라는 불안감을 호소하기도 하였다. 노인들은 자신이 가진 돈을 대부분 약값, 병원비로 제일 많이 사용한다고 했다. 치아가 없는 데도 돈이 없어서 3년째 치아가 없는 상태로 지내는 노인도 있었다. 돈에 대한 걱정도 많았는데 특히 당장 이사를 나가야 할 상황인데 현재 가진 돈으로는 집을 구하기 힘든 상태여서 자신이 길거리에 나앉는 것은 아닌지 걱정과 불안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노인도 있었다. 자녀로 인한 걱정도 컸는데, 자식들이 절실히 필요한 순간에도 연락도 없고 찾아오지 않는 자녀들에 대한 야속함도 있었지만 자녀들에게 안 좋은 일만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컸다. 아들이 사업실패 후 이혼하고 힘들어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누구와도 이야기할 수 없어서 새벽에 우사에 가서 소하고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노인도 있었다.    인터뷰 내용 중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내용은 노인들의 외로움에 대한 것이었는데, 일반적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노인 스스로도 인간은 절대 혼자 살 수 없다고 언급하면서도 자신은 항상 외로움과 싸우고 혼자만의 공간에서 쓸쓸하게 지내고 있다고 하였다. 특히나 통증과 같은 건강문제를 갖고 있으면서 혼자 외로움과 고통을 참고 견디는 노인들이 많았는데 정말 한마디 말을 건넬 만한 사람이 없다고 하였다. 몸이라도 성하면 밖에 나가서 사람 구경이라도 할 텐데, 그마저도 쉽지 않을 때가 많다고 하였다. 인간관계가 협소해질 때로 협소해지고 유일한 관계를 맺고 있는 배우자마저 상실한 노인은 그야말로 적막강산으로 이 세상에 자신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무도 모를 것 같다고 표현하기도 하였다. 더 안타까운 것은 누구와도 이야기를 할 수 없는 상태가 계속되면서, 죽은 배우자와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고 하였다. 삶에 대한 회한, 찾아오지 않는 자녀들에 대한 서운함, 쑤시고 아픈 몸의 고통, 아무런 희망 없이 버티는 삶의 비루함 등을 죽은 아내와 대화하듯이 이야기한다고 하였다.    노인들에게 앞으로 살아가는데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질문했을 때, 가장 절실하게 요청한 내용들은 주로 사회참여와 관련한 것이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어디 갈 곳이 있고, 그곳에 가면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또 할 일이 있고, 그 일을 통해서 약간의 경제적 보상이 주어진다면 지금보다는 건강하게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였다. 누군가가 일방적으로 돌봄을 제공해주는 것보다 아직 의식이 있고 움직일 수만 있다면 정상적인 일과에 참여하고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면서 자신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느끼고 싶다는 것이다.    “다니기 시작하니까 답답한 것도 사라지고 편해졌죠. 마음 문도 열리고 아픈 것도 좀 거기 취미 붙였으니까. 아 오늘 자면 또 내일 가야지 하루 자면 또 가야지 그런 재미로 그러니까 참 재밌거든요...” (인터뷰에 참여한 노인의 표현)    투박하게 이해하자면 사회서비스는 종래의 사회보장체계, 즉 제도적으로 마련된 공공부조나 사회보험, 복지서비스가 채워주지 못하는 빈틈을 찾아내어 사회보장의 그물을 더욱 촘촘히 메워주는 서비스라고 할 수 있으며 이는 개인 단위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의제화하고 대응해야 하는 시민의 권리라는 것이다. 새로운 제목의 사회서비스가 계속 만들어지는 것은 그만큼 사람들의 욕구가 복잡다양하며 이전과 다른 문제들이 불거지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시작한 서구 국가의 경우에서도 양육 코디네이터(미국, 영국), 정신대화사(일본), 사별극복상담(미국), 주거공유(영국) 등 새로운 사회서비스가 등장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ICT 기술을 접목한 형태도 확대되는 추세이다. 예를 들어 센서 감지를 통한 응급 알림 시스템, 치매 환자를 위한 GPS 위치 추적기, 스마트 홈서비스를 위한 모바일 앱, 바디 센서, 드럭 디스펜서 제공 등 기술을 활용한 사회서비스가 증가하고 있다.    강원도는 노령화 지수가 전국 최상위권이기 때문에 노인에 대한 정책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강원도형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춘천시, 원주시에서 시작한다는 기사를 접했다. 지역사회 통합돌봄은 말 그대로 내가 살던 곳에서 돌봄을 받는 것이다. 하지만 보호를 해준다는 일반적인 돌봄의 의미에서 벗어나야 하며 노인들이 집, 사회에서 고립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지역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삶을 지역사회가 함께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지역사회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다음 릴레이 토크 “도란도란”은 조선화 대표((주)선율)를 추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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